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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물 생활

물 생활 종료... (시즌 1 완)

by seasheep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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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 이사

요번에 이사를 하면서 2개나 되는 어항을 어떻게 안전하게 옮길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가전, 가구들이야 포장이사로 알아서 안전하게 옮겨주시지만 어항은 내가 직접 옮겨야 했는데 이렇게 큰 어항을 옮겨본 경험이 없기에 자신이 없었다.

또 아침에 이삿짐을 싸는 복잡한 현장에서 한가롭게 물고기들을 하나씩 잡아들이며 어항을 싸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을 했었다.

결국 물고기나 산호엔 무리가 좀 갈 수는 있지만 이사 전날 미리 생물봉투를 구비해서 거기에 물고기와 산호, 여과제등을 넣어두고 오전에 이사할 집으로 빠르게 옮겨서 세팅을 해주려고 계획을 짜게 되었다.

이사 전날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산호를 생물봉투에 넣는 것은 어렵진 않았다.

해수 어항에 들어있던 돌과 민물 어항에 들어있던 유목을 먼저 제거해주었더니 공간이 충분해서 물을 조금 덜어내 주니 물고기들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생물봉투도 짱짱한 걸로 준비를 해둬서 이동 중에 찢어지지 않을 것 같았고 공기도 충분히 넣어줘서 산소부족으로 물고기나 산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 써서 묶어주었다.

생각보다 물고기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나머지 부자재들을 싸는 것이 오히려 더 손이 많이갔다.

어항 안에 들어있던 물도 어느 정도는 가져가야 하기에 큰 바스켓을 구해서 거기에 물을 담아주었고 여과재가 말라버리면 그 안에 들어있는 박테리아들이 다 죽어버리니 마르지 않도록 신경 써서 담아주었고 펌프나 히터, 여과기, 조명등을 콘센트부분이 물에 젖지 않도록 신경써서 포장해 주었다.

이렇게 다 준비를 끝마치는데 대략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는데... 다 끝나고 나니 허리가 아파서 혼났다...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기에 안심하고 이사를 할 수 있었는데...

물생활 강제 종료

이삿날 가전, 가구들이 다 들어가고 정리를 얼추 한 다음에 어항을 가장 마지막에 세팅해주려고 했었다.

생각보다 포장이사분들이 빠르게 세팅을 해주셨기에 이사 자체는 금방 끝났는데 이사를 하면서 생기는 쓰레기와 먼지등을 치우고 닦고 싸 온 짐들을 다시 우리 입맛에 맞게 재정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포장이사라서 편하게 알아서 다 해주시기에 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블로그 후기들 보면 이사는 별거 없듯이 말하던데... 다 거짓말...

저녁까지 이어진 정리에 아내와 나 둘 다 기진맥진이 되어버려서 얼추 정리가 끝났을 땐 꼼짝할 힘도 없었다.

그래서 원래면 어항 세팅을 위해서 차에 실었던 어항과 물고기들을 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도저히 어항까지 세팅할 자신이 없어서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랬으면 안 됐는데...

날씨가 많이 풀려서 그런지 이사 정리를 하는 동안에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고 저녁에도 추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물고기들이 담긴 생물봉투를 그냥 차에 뒀었다.

문제는 새벽 날씨는 아직까지 많이 쌀쌀했다는 것이었고 우린 그걸 몰랐다는 점이다.

차에 창문도 다 닫아뒀기에 추워도 어느 정도 냉기를 막아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예상보다 더 추운 날씨로 인해서 차 안 온도는 많이 낮았었고 결국 다음날 아침에 본 생물봉투의 물고기와 산호들은 모두 죽어있었다.

봉투를 보니 기온차로 인해서 안에 습기가 가득 차있을 정도였고 묶은 걸 풀어보니 쉰 냄새도 나는 걸 보니 상태가 확 나빠졌던 것 같았다.

물고기들은 갑작스럽게 바뀌는 온도에 가장 민감한데 이렇게 큰 일교차를 쌩으로 겪게 해 버렸으니 버티질 못했다.

민물고기들은 개체수도 적었고 원래 키우던 애들 중 살아남은 애들을 유지시키던 상황이었기에 담담했으나 니모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한 녀석들을 데려와서 검지 손가락만 하게 키웠던 애들이라서 너무나 아쉬웠고 슬펐다.

나의 귀찮음과 부주의로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버려서 많이 미안했다.

원래면 전날에 풀어주어서 신나게 헤엄치고 새 집에 적응을 했어야 했는데...

물고기 시체는 변기에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되고 쓰레기봉투에 잘 감싸서 버려야 한다고 어디서 들었기에 슬펐지만 키친타월로 곱게 싸서 버려주었다.

거의 8개월을 키웠던 애들을 이렇게 보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또 남아있던 어항의 수초나 바닥재와 따로 보관하던 물에서도 악취가 올라오는 게 느껴져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어항 2개를 리셋해 버렸다.

안에 남아있던 바닥재와 수초 모두 잘 포장해서 버려주었다.

이사 준비를 할 때도 오래 걸렸는데 남은 어항을 정리하는 일도 한참 걸렸고 저녁쯤에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제대로

이번 이사를 하게 되면서 어항과 물고기 관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개나 고양이보단 작고 소통이 어려운 물고기지만 죽어버리면 마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에 다음 어항 세팅할 때는 제대로 신경 써서 준비해볼 생각이다.

당장은 새 집 적응과 쌓여버린 카드 값등을 때문에 바로 어항 세팅을 시작하진 못하지만 여름쯤 해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번엔 민물 어항은 하지 않고 해수 어항만 해보려고 하는데 물잡이부터 한 달은 잡아야 하니 하반기는 되어야 제대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거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게 힐링과 기쁨을 주었던 물고기와 어항에 감사함을 느낀다.

해수 어항 사진
니모 어항
민물 어항 사진
민물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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