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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물 생활

평화로운 아기 니모들 - 어항 운영 애로사항에 관하여

by seasheep 202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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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들이 팔랑팔랑

아기 니모들을 데려온 지 1주일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어항엔 큰 문제는 없었는데 아직도 백탁이 안 잡혔다...

백탁을 잡으려고 에어레이션도 해주고 활성탄도 넣어주고 여과 솜도 필터 쪽에 넣어서 물리적으로 걸러주기까지 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뿌연 끼가 남아있다.

지난 어항때도 이렇게 백탁이 길진 않았었는데 여과재를 기존에 사용했던 여과재를 써서 혹시나 남아있던 박테리아 사체들이 자꾸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주말엔 환수를 해주는 날이니 이때 어항에 신선한 물도 넣어주고 여과재도 꺼내서 한번 헹궈주어야겠다.


어항 운영 애로사항

오늘은 니모 근황과 함께 어항 운영을 하면서 겪는 애로사항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물생활이라 부르면서 귀여운 물고기들을 키우는 어항 운영이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기만큼 까다로울 때가 있다.

특히 담수 어항보단 난이도나 비용의 벽이 높은 해수 어항에서 애로사항들이 있는데 한번 적어보자면.

  •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초기 장비 셋팅 비용
  • 은근 사료를 따지는 물고기 입맛
  •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해수염, 물성치를 위한 약품
  • 온도, 소금물 농도, 물성치에 따른 어항 사이클 깨짐
  • 물고기 커뮤니케이션
  • 개인적인 욕심

써보자면 정말 끝도없이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는데 대충만 적어도 이 정도가 나온다.

물론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게 되어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사료나 배변패드, 장난감, 병원비 등 큰 지출이 많긴 하지만 물생활도 만만치 않기에 가볍게 보고 쉽게 시작했다간 꽤 많은 지출에 아플 수 있다.

 

초기 비용과 지속적인 비용

물생활을 시작하려고 물품들을 하나씩 사모으면서 느끼게 될 건 은근 장비들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어항도 35큐브 사이즈는 3만 원 이하면 살 수 있고 큰 어항이라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진 않다.

또 어항에 넣을 히터, 여과기, 리턴모터 등등등 각 장비들도 가성비 좋게 가격이 적당한 편인데 이게 다 모이게 되었을 때 찍히는 총가격을 보곤 꽤 놀라게 된다...

그만큼 들어가는 장비들이 많기도 하고 이왕이면 좋은 장비, 고장이 덜 나는 장비를 찾다보면 하나하나의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어찌어찌 장비를 다 모으고 물잡이를 시작하고 물고기들을 투입하게 되어도 해수 어항의 경우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해수 어항은 바닷물처럼 만들기 위해서 해수염을 녹인 물로 환수를 진행한다.

해수염을 녹여야만 물속에 영양분들도 같이 넣을 수 있고 그 영양분으로 물고기나 산호들이 성장하고 살 수 있기에 빠트릴 수 없는데 가성비를 위해서 너무 싼 소금을 쓴다면 영양분이 적어서 애들이 잘 안 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좀 있는 소금을 쓰게 되는데 생각보다 금방 쓰게되어 환수를 자주 한다면 매달 구매를 하게 되기도 한다.

물고기 커뮤니케이션

물고기들은 말이나 소리를 안 내는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까 항상 궁금했었다.

그러다 직접 키워보니 얘네들도 나름의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성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리를 내지 못하니 몸과 입으로 의사를 표현하는데 자기 영역을 가진 녀석에게 다른 물고기가 접근한다면 냉큼 달려가서 몸통 박치기를 한다거나 입으로 쪼아댄다.

상대 물고기가 도망가더라도 쫒아가서도 쪼아대는데 아예 기를 눌러서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마음에 드는 물고기가 있다면 멀리 못 가게 하기도 한다.

좀 떨어졌다 싶으면 부딫히거나 겁을 줘서 다시 끌고 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조만한 애들이 이렇게 아웅다웅하는게 귀엽긴 한데 평화로운 어항에서 서로 사이좋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데려온 애들이 맨날 이렇게 싸우고 뜯기고 다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현타가 제대로 온다.

말 안듣고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는 깡패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이 미워지게 되고 어항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격리하게 된다.

격리를 해주면 또 기가 죽어서 얌전해지고 한달간 격리했다가 풀어주면 기존 애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잡히게 되어 깡패 녀석도 힘을 못 쓰게 된다.

보면서도 참 자연이 신기하긴 하구나 싶을때가 많다.

개인적인 욕심

어항이 순탄하게 운영되기 시작하면 자신의 관리 능력에 우쭐하게 되고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좀 더 좋은 조명을 달아서 푸른 바닷빛을 보고 싶게 된다거나 고급 장비를 달아서 관리를 편하게 하고 싶어 진다거나 또는 더 크고 이쁜 물고기, 산호를 데려오고 싶어 진다.

장비를 바꾸고 싶어지는 건 그나마 괜찮다.

물론 장비값이 장난 아니게 들어가겠지만 어항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안 쓰게 되어도 중고로 팔면 되니 그나마 조금은 남는 장사다.

근데 물고기나 산호를 더 데려오는 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항은 크기에 따라서 들어갈 수 있는 생물 수에 한도가 있다.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고 배출하는 배설물이나 먹이 주고 남은 찌꺼기들이 계속해서 어항 안에 쌓이고 돌고 있기에 너무 과하게 되면 어항 사이클이 깨지게 된다.

박테리아들이 배설물이나 찌꺼기를 분해해 줘서 어항 사이클이 유지가 되는 건데 박테리아들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독소가 되어 어항 안 모든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조금만 상태가 깨져도 물고기나 산호에게 데미지가 바로 오게 되어 병에 걸리거나 시들시들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이제 후회하면서 원인이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신없이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절대로 자신의 실력에 우쭐대지 말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개인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럼에도 물생활이 행복한 이유

 

위에 말한 거처럼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물생활은 행복하다.

퇴근하면 문 앞까지 달려와 반겨준다거나 쓰다듬는다거나 같이 뛰어놀 수는 없지만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다.

내가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를 관리하고 유지시키면서 애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꽤나 큰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물고기 종류도 다양하고 이쁜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애들이 살랑살랑 어항 안을 헤엄치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다면 어느새 근심걱정 모두 사라지게 된다.

물생활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물생활에 빠지게 되면 물고기가 새끼를 낳는 것이 아니라 어항이 새끼를 쳐서 어항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공감이 된다.

다른 어항을 셋팅해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그러려면 돈 많이 벌어야겠지... 오늘도 물멍을 하며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고 간다.

 

니모들이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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